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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들 (挑戦者たち, 2018)>: 제 7장 네이선 첸 (1/2) 본문

남의나라글/애증의 겨울스포츠

<도전자들 (挑戦者たち, 2018)>: 제 7장 네이선 첸 (1/2)

지나가던 과객 2018. 5. 28. 18:17

올댓쇼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어느 정도 기분전환을 위해 작업 시작.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 마음에 들고 쓰신 분의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과 통찰력이 참 좋다.

(표지만... 그리고 결말만 그렇지 않으면 책 사서 저자님께 사인받고 싶은 기분...)

단, 제발 끼얹기는 좀 자제해 주셨으면... -.-

 

*모든 번역은 허가 없는 이동/캡처는 금지합니다. 발견되는 족족 신고/삭제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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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네이선 첸

"프레셔를 느끼긴 하지만"

 

 

“타무라 씨, 네이선의 영어 빠르지 않아요?”

 

아는 일본인 기자가 이렇게 말을 걸었다.

 

일본에서 온 기자의 대부분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는 없어도 히어링은 상당히 할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취재하며 전세계를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도, 네이선 첸의 영어가 빨라서 알아들을 수 없다, 라고 한다.

 

과연. 그런 말을 듣고 신경써서 들으니 확실히 빠르다. 흐름을 타면 마치 테이프를 빨리 돌리고 있는 것 같은 빠르기다.

 

고등학생 때부터 미국에 살고 있는 나도, “잠깐만. 지금 뭐라고 했지?”라고 되묻고 싶어질 정도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온 기자들에게는 상당히 괴로울 것이 틀림없다.

 

미국의 틴에이저 잉글리시는 어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도 첸의 영어는, 단순한 틴에이저 잉글리시라고 하기에도 또 다르다.

 

이처럼 빨리 돌리는 테이프같은 첸의 말하는 방식은, 그의 초인급인 4회전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그의 신체 리듬이랄까, 체내 시계와 같은 것이, SF에 나오는 캐릭터 수준으로 빠른 것은 아닐까.

 

 

 

첸이 시니어GP에 데뷔한 2016년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프랑스컵에서 개별인터뷰를 신청했다.

 

“My name is Akiko (아키코라고 해요)”라고 자기소개를 하자, 조금 부끄러운 듯이 “Okay”라는 답이 돌아왔다.

 

취재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라면 “Nice to meet you. (뵙게 되어 기뻐요)”라고 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 개별취재를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틴에이저구나라고 실감했다. 천재 스케이터로서 이미 주목받고 있던 만큼, 조금 의외였다.

 

첸은 중국에서 이민온 부모 슬하 5형제 중 막내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2살 때 올림픽이 열려서, 덕분에 고향에 설비가 좋은 링크가 늘었어요. 그리고 저도 타 보는 기회를 얻었죠. 처음으로 얼음 위에 섰을 때, 재미있게도 계속 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그를 직접 본 것은 2013년 12월의 후쿠오카 GP파이널로, 그가 주니어 남자 3위에 입상했을 때다. 덧붙이자면, 우승한 것은 진보양이다.

 

이 때 첸은 점프보다도 음악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특히 쇼트의 비발디에서는 프리레그의 위치가 예뻤고, 카멜스핀 등도 좋았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클래식 발레를 5살 때부터 몇 년 전까지 계속 했습니다. 재즈, 힙합 등도 해 본 적이 있어서 무대에 선 적도 있습니다.”

 

그의 프리레그가 발끝까지 꼿꼿이 예쁘게 뻗는 것은 아마 클래식 발레 훈련 덕택이겠지. 2016/17년 시즌은 <해적>과 <타타르인의 춤> 등 잘 알려진 발레 음악을 사용한 프로그램이 그럴듯했던 것도, 이 배경이 있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부상 이후 파워업한 첸

 

단, 피겨스케이팅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본인에게 물으니, 즉시 “점프!”라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하뉴 유즈루와 마찬가지로, 플루셴코의 점프를 보고 자랐다고 한다.

 

“예브게니 플루셴코의 4회전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TV에서 보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 가장 영향을 받은 선수입니다.”

 

2016년 1월의 전미선수권에서, 첸은 쇼트에서 2개, 프리에서 4개의 4회전을 성공시켜 역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 주니어 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양 쪽의 대표로 선발됐다.

 

그러나 이 대회의 남자 프리 이후에 열린 갈라에서, 트리플토룹을 뛰었을 때 왼쪽 고관절을 다쳐, 급거 수술을 받는 처지가 됐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16세의 신체에는 부담이 너무 컸던 거겠지.

 

“이걸로 네이선의 스케이트 커리어도 끝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우려하는 관계자도 많았지만, 본인은 당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부상을 입었을 때는, 빨리 나아서 얼음 위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USFSA(전미피겨스케이팅협회)나 미국올림픽위원회 등이 적절한 재활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인 2016년 가을에, 터미네이터처럼 복귀한 것이다. 쿼드러츠와 쿼드플립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더한층 파워업했다.

 

“오프 동안 몸을 푹 쉬게 할 수 있었고, 점프를 다시 기초부터 재점검해 연습하는 동안, 플립과 러츠도 4회전으로 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첸이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 쿼드러츠도 쿼드플립도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닐지 모른다고 착각해 버릴 것 같다.

 

진보양이 콤비네이션으로 뛰어서 무기로 삼고 있던 쿼드러츠. 그리고 우노 쇼마가 2017년 4월에 사상 처음으로 공식경기에서 성공시킨 쿼드플립. ‘新 네이선 첸’은 이 둘 다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토룹, 살코와 합쳐 4종류의 4회전을 손에 넣었다.

 

“원래 저는 자기자신에게 프레셔를 주거든요. 어릴 때부터, 설령 작은 지방대회에서도 자신에게 큰 프레셔를 걸고 긴장해 왔습니다.”

 

지금은 미국 스포츠계에서 평창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 프레셔는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일까.

 

“프레셔를 느끼긴 하지만, 그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 온 위치에 다다랐다는 것.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그 날의 취재도 예정된 시간의 절반에 끝나 버렸다. 녹음한 내용을 받아적어 보니, 같은 시간 동안 다른 선수의 두 배는 얘기한 것이었다.

 

말하는 속도에 질쏘냐, 첸의 점프의 진화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기세였다. 

 

2017년 2월,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도 겸해 개최된 사대륙선수권에서는 웬걸, 프리에서 5개의 4회전을 랜딩하고 우승해 버렸다. 세계 최초의 기록이다.

 

2011년부터 그를 지도해 온 코치, 라파엘 아르투니안은 이와 같이 나에게 고백했다.

 

“오기 전에는, 이 대회에서는 무리는 하지 말고 프리에서 4회전은 3개 넣자고 상담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닥치면 그만 이렇게 푸시해요. 그것이 네이선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를 연습시키려고 고생한 적은 없습니다. 언제나 그 반대로, 부상입지 않게끔 자제시켜 왔습니다.”

 

과연 아르투니안은 어느 정도 첸을 자제시킬 수 있었을까.

 

2017년 9월, US인터내셔널 클래식 프리에서, 첸은 이번에는 쿼드룹을 성공시켰다. 드디어 5종류의 4회전 점프를 경기에서 성공시킨 사상 최초의 선수가 된 것이다.

 

 

여기에서 끊는 게 흐름상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일단 스톱.

 

그런데 참... '자신에게 거는 프레셔'라니... 얼마나 자기한테 엄격했으며,

그 엄격함이 올림픽에서 어떻게 독이 됐는지 알 것 같아서 급 맴찢...

 

허나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애깅이 포인트 깨알같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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