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kikomori Diary

[Number 991] 네이든 첸 인터뷰 <스케이팅에게 배우는 인생> 본문

남의나라글/애증의 겨울스포츠

[Number 991] 네이든 첸 인터뷰 <스케이팅에게 배우는 인생>

지나가던 과객 2019. 12. 12. 19:33

그파 앞두고 발간된 스포츠전문지 Number의 피겨스케이팅 특별판에 실린 네이든 '독점' 인터뷰입니다 (ㅎㅎㅎㅎ)

피겨하랴 공부하랴 24시간이 모자란 네이든의 애환이 담뿍 담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인터뷰랄까요... (이런데도 3년연속 그프스윕... 장하다!!!)

이동은 삼가 주시고, 이곳에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허가 없는 이동/전재 금지. 일부 인용시 반드시 출처 명기해 주세요

 

Sports Graphic Number 991호 (2019.12.12자)

<특집 피겨 신시대> 더 강하게, 아름답게 (もっと強く、美しく)

Figure Skating Climax 2019-2020

잡지목차/구매링크: https://number.bunshun.jp/articles/-/841562

 

 

 

 

Nathan Chen: 독점 인터뷰 <스케이팅에게 배우는 인생>

지난 시즌은 명문 예일대학에 다니면서도, 그랑프리파이널, 세계선수권 모두 2연패를 달성. 문무겸비의 챔피언으로 계속 진화해 온 20세가, 스케이팅을 계속하는 목적과, 자신이 그리는 미래상을 밝혔다.

 

글: 타무라 아키코

사진: 타나카 노부아키

 

11월 1일부터 그르노블에서 개최된 그랑프리시리즈, 프랑스컵에서 우승하고, 그 2주 전의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합쳐 무사히 2연승을 달성한 네이든 첸. 남자 싱글에서는 한발 빨리, 그랑프리파이널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결과는 물론 기쁘지만, 완벽한 내용은 아니고, 아직 발전시켜가고 싶은 게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랑프리파이널 진출이 결정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본인이 말했듯이, 그르노블에서는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프리에서 4개의 쿼드를 랜딩하며 합계 297.16을 획득. 첫 경기였던 미국에서는 합계 299.09로, 안정된 수준을 지켜 왔다. 

 

코네티컷 주에 있는 예일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보내며, 캘리포니아의 라파엘 아루투니안 코치에게 원거리지도를 받으면서 선수생활을 계속한다.  이 특수한 트레이닝 환경에 들어선 지 2년째지만, 대회를 앞두고 조정에 고생하고 있는 모습은 없다. 그 비결은 어떤 것일까. 프랑스컵 마지막날, 본지의 독점취재에 응한 첸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캘리포니아에 돌아가서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또 혼자서 자주적으로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쌓아서, 한걸음 성장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훈련했을까.

 

“쿼드는 그다지 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도 기본으로 되돌아가서, 지금까지 라파엘에게서 배운 기술을 기초부터 확인했습니다. 점프도 간단한 것부터 다시 복습하고, 기초를 확실하게 제 근육에 기억시켰어요.”

 

일단 학기가 시작하면, 아루투니안 코치와는 동영상을 보내 지도를 받는 것 뿐이다. 함께 시간을 쓰는 사이에 다시금 자신의 기초기술을 수정하고, 안정시켰다. 이것이 지금의 첸의 기반이 되고 있는 거겠지. 

 

이번 시즌의 프로그램은, SP가 쉐-린 본 안무, 샤를 아즈나부르가 부르는 <라보엠>. 프리는 지난 시즌도 담당했던 마리-프랑스 뒤브리유와 사무엘 쉬나르 안무, <로켓맨> 사운드트랙이다.

 

프리 마지막의 코레오 시퀀스 부분은 격렬한 힙합댄스에 처음 도전했다. 어렸을 때는 발레 등 각종 댄스를 배워 온 첸에게도, 다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까기 가기 전에 벌써 몸이 상당히 피곤해져 있기 때문에, 힘듭니다. 하지만 질질 끌면서 추면 안 되니까, 절도있고 멋지게 성공하기 위한 에너지를 잡아 둬야지, 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 여러분도 같이 즐겨 주셔서, 하면 굉장히 즐겁네요.”

 

쇼트와 프리 안무가 모두 아이스댄서 출신으로, 프로그램의 세세한 부분과 스케이팅 기술에 대해 까다롭게 생각하는 부분(=こだわり)도 (첸에게)주어진 커다란 과제였다.

 

“프로그램의 뉘앙스를 의식하며 몸으로 표현함으로써, 전체적인 질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패닉할 때도 있다

 

또, 기술면에서는 이번 시즌부터 프리에 쿼드토룹-오일러-트리플플립이라는 콤비네이션을 포함시켰다.

 

“여름 동안에 점프 난이도를 좀더 올려 볼까하고 생각해서 넣어 봤습니다. 재팬오픈에서는 플립이 1회전이 됐고,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는 2회전이었어요. 여기서 드디어 3회전 플립을 성공했어요”라며 쓴웃음을 보였다.

 

첸의 새로운 도전은 얼음 위에서 뿐만은 아니다. 예일대학 2년차의 커리큘럼은 첫해보다 훨씬 어려워져서, 공부에 쓰는 시간도 이전보다 길게 필요해졌다고 한다. 이 대회 2주 뒤에는 시험이 있기 때문에, 그르노블에도 참고서를 안고 왔다.

 

“정말로 스케이팅에 쓰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만큼 집중력이 필요해집니다. 공부는 스케이팅보다도 더 챌린징해요(=어려워요)”

 

그림으로 그린 듯한 문무겸비를 옮겨 놓은 첸이지만, 최고 수준을 어떻게 양립시켜 온 것일까.

 

“저는 여러 의미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물론 힘들어요. 스케이팅은 매우 어려운 스포츠. 피와 땀과 눈물(blood, sweat, and tears)이 축적된 것이고,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다, 이쪽은 피는 좀 적어도 땀이 많을까요”라고 웃는다.

 

“저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얼음 위에서 썼기 때문에, 아카데믹한 부분에서는 다른 학생보다 뒤처져 있었어요. 다른 학생은 이미 기초지식을 갖고 수업에 나가지만, 저에게는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도 많아서, 수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스케이팅을 하지 않더라도 수업에 따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양립해 가는 것은 이제 무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을까.

 

“있어요. 항상 그래요 (웃음). 시험공부할 때, 혹은 경기를 위해 훈련하거나 할 때,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패닉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대로라면 시험에서 낙제하든가, 스케이팅에서 (순위가) 떨어지든가, 분명 어느 한 쪽이 돼 버린다. 무엇을 포기할까, 라고 생각한 적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쪽도 아직 현실이 되지는 않았지만요. 정말로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교수나 학생어드바이저, 코치, 친구, 가족 등, 도와줄 사람은 반드시 있으니까요.”

 

첸의 후배, 미국의 빈센트 조우는 9월에 역시 아이비리그의 브라운대학에 입학했지만, 10월에 이번 시즌의 그랑프리시리즈를 결장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양립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며, 첸은 예외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빈센트가 학교 관련 일을 물어봐서 조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매우 지적이고 스케이팅도 재능이 있으니까, 진심으로 양립시키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능력은 충분히 있을 거에요. 다만, 이번 시즌은 학업을 우선시하는 걸 택했다고 생각해요. 별로,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고, 본인의 선택의 문제입니다.”라고 어디까지나 겸허하게 말을 거듭한다.

 

역시 2022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해에는 휴학할 예정인가라고 묻자,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조금 기쁜 듯한 얼굴을 했다.

 

“스케이팅에 집중해서, 스케이팅 기술을 더욱 연마해서, 안정도를 좀더 올려 가고 싶어요. 역시, 코치가 평소에 옆에 없는 건 괴롭고, 다른 일의 스트레스도 전부 잊어버리고 스케이팅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그에게 스케이팅은 학업으로부터의 휴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 본심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몸이 움직이는 동안 스케이팅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다.

 

지난 시즌의 사이타마 세계선수권에서는 ㅎㄴㅇㅈㄹ에게 20여점 리드해 우승한 첸. 하지만 이번 시즌은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ㅎㄴㅇㅈㄹ가 첸보다 20점 이상 높은, 남자 싱글 시즌베스트, 322.59점을 냈다.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아마 만나게 될 라이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제가 세계선수권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어요. 저는 어쩌다 모든 게 맞아 떨어져서 잘 된 거예요. ㅇㅈ는 두번이나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이름을 새긴 위대한 선수. 앞으로도 그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업적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같은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잇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ㅎㄴ에 대한 경의를 강조한다.

 

“게다가 특정 선수에게 이기고 싶다는 데 집중하면 자신의 본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그럼 그의 본래의 목적이란 무엇일까.

 

“지금의 정상급 선수는, 거의 같은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그것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질을 올려가는가가 승부예요. 저도 (점프 등이) 가능하게 될 때 까지는 성공시키고 싶다는 모티베이션으로 연습해 왔어요. 그리고, 제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 자신의 기술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까, 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첸에게, 스케이팅의 재미는 단순히 경기 결과 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자신을 어떻게 조율해 갈까, 문제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결방법을 찾을까 등, 스케이팅을 통해서 배운 것은 언젠가 인생의 다른 데서 쓸 수 있겠죠. 이것이 답이 아닐까 고찰해서, 과제를 어택해 가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선수생활은 영원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는 다음 인생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옵니다. 몸이 움직이는 동안에 스케이팅을 통해 여러 가지 것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첸이지만, 미래에 경기에서 은퇴해도 스케이팅에 관여해 가고 싶다는 의사는 있는 걸까.

 

“무엇이 될지는 아직 확실히 모르지만, (스케이팅과) 전혀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케이팅에는 어떤 형태로든 관여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키우는 걸 돕고 싶어요. 그것이 경제적인 서포트인지, 기술적인 서포트인지, 아니면 링크 연습시간을 찾아봐 주는 것 같은 로지스틱스 면이 될지, 그건 아직 모르지만요. 미국 피겨스케이팅협회는 훌륭한 조직이니까, 어떤 형태로든 관여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20세인 첸의 꿈은 이번 시즌에 멈추지 않고, 베이징 올림픽마저 넘어 커져가고 있다.

 

Nathan Chen
1999년 5월 5일생,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출생. 17-18, 18-18 시즌의 GP파이널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2연패. 18년 평창올림픽 5위. 18년에 예일대학 진학. 이번 시즌은 스케이트아메리카와 프랑스컵에서 우승해, GP파이널 진출 결정. 166cm.

 

그니까 천나단 선생, 빨랑 자서전이든 자기계발서든 뭐 좀 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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